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25년 4월 재개봉 영화 리뷰 – 감정과 존재를 되묻는 세 편의 영화

by youngsreview 2025. 4. 9.

한 남자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 사진

 

2025년 4월, 봄처럼 잔잔하고 감성적인 영화 세 편이 국내 극장가에 다시 걸렸다. 일본과 유럽을 대표하는 감정 영화들이 재개봉되며, 관객들에게 ‘조용한 감정의 회복’을 제안하고 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자전거 탄 소년’은 모두 청춘과 성장, 관계와 상처를 이야기하면서도, 표현 방식과 감정의 결은 뚜렷하게 다르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작품을 감성·주제·연출 측면에서 비교 분석하며, 왜 지금, 왜 4월에 이 영화들을 다시 봐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1.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죽음을 곁에 둔 생의 반짝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2017년 개봉 이후 일본 내 청춘 영화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고생 사쿠라와, 감정을 억누르고 조용히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이 다소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일본 고유의 신화적 표현에서 유래한 것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2025년 4월 재개봉판은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영상미가 강화되었으며, 극장의 큰 스크린에서 보는 벚꽃 풍경과 병원 창가 너머의 햇살은 더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봄이라는 계절의 시각적 요소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죽음이 있기에 삶은 빛난다”—를 극대화시킨다.

사쿠라와 ‘나’가 함께 보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그 짧은 순간들은 관객에게 오래도록 남는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감정선은 단순한 멜로가 아니다. 죽음을 예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삶을 마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지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감정의 농도가 높아도 절제된 연출 덕분에 영화는 끝까지 품위를 유지하며, 결국 눈물과 위로가 교차하는 클라이맥스로 귀결된다.

2.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 말보다 공기, 사건보다 분위기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타카하시 유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2018년 일본에서 개봉했다. 이번 2025년 4월 국내 재개봉은 원작 팬층뿐 아니라 일본 문학 영화에 관심 있는 관객들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이 영화는 도쿄가 아닌 홋카이도 하코다테라는 지역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그 점만으로도 이미 이 영화는 ‘다른 청춘’을 예고한다.

주인공은 이름도 밝혀지지 않은 ‘나’(작가 지망생), 그와 함께 사는 친구 시즈노, 그리고 서점 동료 사치. 세 사람은 말하자면 ‘뭔가 될 것 같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 영화에는 사건다운 사건이 없다. 충돌도 없고, 클라이맥스도 거의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없음’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청춘의 공기,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존재들의 불안정함, 사랑과 우정 사이의 흐릿한 경계는 영화의 프레임 곳곳에 흐른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 시선과 태도에서 드러나는 애틋함은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영화의 리듬은 재즈처럼 자유롭고 즉흥적이다. 카메라는 멀찍이서 인물들을 따라가고, 특정 인물에 과도하게 집중하지 않으며, 관객이 스스로 ‘이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봄이라는 계절과 영화의 무드는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고, 확실한 결말도 없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우리 각자의 봄처럼 흘러간다. 재개봉을 통해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이들도 분명 ‘어디선가 겪은 감정’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3. 자전거 탄 소년 – 상실과 분노, 그리고 회복의 리얼리즘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가 만든 ‘자전거 탄 소년’(2011)은 리얼리즘 영화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2025년 4월, 이 영화가 국내에서 다시 상영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이 시대에, 아이와 보호자, 사회의 책임에 대한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시릴은 12살 소년. 고아원에서 아버지를 찾고 있는 그는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헤맨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미용사 사만다가 그를 일시적으로 돌보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릴은 외롭고, 분노로 가득 차 있고, 신뢰하지 않으며, 하지만 누군가의 온기를 원한다.

이 영화는 말이 없다. 감정의 폭발도 없다. 그저 시릴의 눈빛, 자전거를 타는 자세, 사만다의 조용한 행동들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현실은 무겁고, 희망은 작다. 하지만 그 작은 희망이 영화의 결말에서 울림으로 확장된다.

2025년 리마스터링 버전은 영상보다는 ‘관점’이 강화되어 다가온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한 명의 아이가 가진 세계’를 들여다보게 되며, 사만다와 같은 존재가 이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지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봄이라는 계절은 이 영화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꽃은 피지 않고, 공기도 차갑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진짜 ‘회복’의 시작은 이 영화가 아닐까 싶다.

결론 – 세 가지 방식의 감정, 세 갈래의 삶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죽음을 통해 삶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관계의 명확함 없이도 감정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전거 탄 소년’은 상처 속에서도 누군가는 다시 길을 찾아 나선다는 사실을 말한다.

2025년 4월, 이 세 작품은 봄이라는 계절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온도를 품고 관객 앞에 다시 나타났다. 다시 마주한 이 영화들 속에서 우리는 삶의 또 다른 조각을 확인하게 된다. 감정은 강요받지 않아도 깊이 스며들 수 있고, 기억은 잊혀졌다가도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며, 상처는 아물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아문다.

이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마주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어쩌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영화는 다시 우리를 살아가게 만든다.